https://www.youtube.com/watch?v=q4l0LiS077M
밤하늘을 타고 올라가는 뭉게구름. 몰래 한 두개피씩 피워왔던 것이 손에 익었다. 카에데는 손끝에 맺힌 작은 불꽃을 하얀 막대 아래 가져다대면서 버석한 웃음을 지었다.
집 옆에 나있는 작은 구석. 커져버린 몸을 기대면서 하염없이 높은 하늘을 바라볼 때 공허하다는 감정을 짙은 연기는 야금야금 삼켰다. 매캐한 연기를 들이 마시고 쌓아왔던 불쾌한 감정 덩어리를 홀로 삭혔다. 처음 샀을때만해도 가득 채워져 있던 담뱃갑이었으나 텅비어 손에 바스러지듯 구겨졌다. 반도 채 태우지 못한 장대를 손에 짓눌러 껐더니 열기가 아직도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카에데는 나고 자랐던 집의 이층 창문을 응시했다. 두 개의 창문을 이어주었던 작은 구름다리는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분명 싫어하겠지.”
겉옷에 탈취제를 뿌리고 입에는 화한 맛이나는 레몬 사탕을 넣어 굴렸다. 어른이 되어서 홧김에 잘라내었던 머리카락은 자라나지 않도록 어깨선을 유지한 채였다. 싸우기에는 걸리적거리기도 했고 돌아갈수 없는 어린날에 대한 회한이기도 했다.
피로에 지친 어깨는 뭉쳐 풀릴 날이 없었다. 반가운 얼굴을 하고 마주 할 때마다 침체되고 멈춰있는건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아득바득 지키려던 것이 무엇인지 처음에는 상기시키길 노력했다. 뒤를 돌아보았을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단건 꽤나 위로가 되는 것이었다.
봄날이 다되어갔다. 어느새 시간은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를 이곳까지 밀어놓았고, 그에 맞추어서 포기할 것이 생겼다.
여전히 네가 행복했다면 괜찮아.
히어로였으나 모두의 히어로가 될 수는 없었다. 카에데는 어린시절 상처를 입었던 작은 소꿉친구를 업고서 걸었던 길이 아직까지 희망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다른 친구를 알고 손을 내밀었다. 언제나, 같이 있을 수 있을 줄 알았던 어린 날의 꼬마아이는 마냥 밝기만 했었다.
‘모두의 히어로가 될 거니까!’
‘츠바사, 듣고 있어? 거짓말이 아니야!’
‘밋찌! 그러니까 말이지, 그때가 기대되지 않아?’
작은 카에군, 카에데, 붉은 단풍나무.
“즐거웠어. 오늘이 있다면 아마 내일도 즐거울 거야.”
자주 놀러올테니까. 진심으로 한 말이 아닐수가 없었다. 새로운 인연들을 쌓아가며 나아가는 모습은 아름다울 정도로 눈부셨기 때문에.
여전히, 네가 행복했다면 괜찮지만. 그걸로 나는 만족해. 기억해, 붉은 단풍은 시간이 지나면 져버리기 마련이야.
문을 쓰다듬고서 모두가 잠든 캄캄한 밤의 대문을 열었다. 현관을 조심히 통해 삐걱이는 나무 계단을 밟고 작은, 그러나 커다란 꿈을 가졌던 곳의 문을 열었다. 어린아이가 누울법한 침대 옆에는 자라난 아이의 크기에 맞춰서 커다란 침대가 놓여져있었다.
너는 아직 잘까? 밤잠을 깨우기에는 늦은 시간이니까. 무엇보다 그가 이곳에 산다는 보장은 없었다.
창문을 열고 새벽에는 쌀쌀한 공기를 맞았다. 입김을 불고서 하얗게 김이 서린 창문에 고민을 적어 내려갔다.
‘모두의 히어로는 될 수 없었어.’
‘그렇다면 누군가의 히어로는 될 수 있었을까?’
‘글세. 그것도 모르지.’
피로에 감겨오는 눈가를 문지르면서 카에데는 창틀에 걸쳐 앉았다. 이곳으로 다니기에는 너무 커버린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모두에게.
안녕, 미츠키. 내 친구.
흥얼거리듯이 창문 너머의 방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안녕, 츠바사.
나지막이 작은 나에게도 이별을 속삭였다.
안녕, 카에데.
비교적 따뜻한 봄 날의, 벚꽃이 필 무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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